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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경제도, 시대에 맞게 다시 설계할 때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현대형 치안보조인력제도’의 도입을 제안하며
  • 기사등록 2026-09-09 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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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경제도, 시대에 맞게 다시 설계할 때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현대형 치안보조인력제도’의 도입을 제안하며 —

 

법학박사 김원영

 

치안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다. 경찰제도와 조직, 인력운영 역시 결국 이러한 목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치안현장에서 전투경찰과 의무경찰은 정규 경찰관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집회·시위 관리뿐 아니라 방범순찰, 중요시설 경비, 교통질서 유지, 각종 행사와 재난현장의 안전지원 등 국민의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부족한 경찰력을 보완했다.

전·의경제도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제도가 폐지됐다고 해서 그들이 담당했던 치안수요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경찰이 대응해야 할 영역은 더욱 복잡하고 광범위해지고 있다. 이상동기범죄와 흉기범죄, 다중운집 상황에서의 안전사고, 테러와 재난, 실종자 수색, 사회적 약자 보호 등 국민이 경찰에게 요구하는 치안서비스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치안은 결국 현장이다

오랜 경찰 현장의 경험에서 볼 때 치안은 서류나 통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위험을 느끼는 바로 그곳에 경찰력이 있어야 한다. 골목길과 전통시장, 지하철역과 터미널, 공원과 학교 주변, 다중운집 행사장 등에 제복을 입은 치안인력이 존재하고 지속적으로 순찰하는 것 자체가 범죄를 억제하고 국민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한정된 정규 경찰관에게 모든 업무를 맡기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112신고 출동, 범죄수사, 교통사고 처리, 여성·청소년 보호, 사이버·경제범죄 수사 등 전문적인 판단과 법집행 권한이 필요한 업무에 정규 경찰관이 집중해야 한다. 단순 경계와 순찰, 행사 안전지원 등까지 모두 정규 경찰관에게 의존한다면 경찰력의 효율적인 배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정규 경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를 현장에서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인력체계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법률상 경찰의 핵심 임무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조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범죄피해자 보호, 경비와 대테러 작전, 교통 위해 방지 및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등을 경찰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찰의 존재 이유가 사후적인 범죄수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발생할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도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국가의 보호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현장 치안력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히 경찰조직 내부의 인력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 책무와 연결되는 문제다.

과거 전·의경의 단순한 복원이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필자가 주장하는 전·의경제도의 부활은 과거의 제도를 그대로 복원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 제도의 장점은 계승하되 시대 변화에 맞추어 인권보호와 복무환경, 병역자원 감소, 업무의 전문성 등을 충분히 고려한 ‘현대형 치안보조인력제도’로 새롭게 설계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는 과거와 같이 집회·시위 관리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생활안전과 범죄예방 순찰, 다중이용시설 안전활동, 중요시설 경계, 교통 및 행사질서 지원, 실종자 수색, 재난·재해 현장의 지원 등 국민의 안전과 직접 관련된 예방적 치안업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역자원 감소 역시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과거와 동일한 전환복무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지원제와 선발제, 일정 기간 복무하는 치안보조인력 등 여러 대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권한에는 반드시 법률적 통제가 따라야 한다

 

새로운 치안보조인력제도를 도입하려면 무엇보다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경찰활동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률을 통해 치안보조인력의 신분과 자격, 선발 및 교육, 직무범위, 지휘·감독, 장비사용의 범위, 책임 및 권리구제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특히 체포·수사·강제처분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 제한하는 경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정규 경찰관이 담당하도록 하고, 치안보조인력은 예방·순찰·경계·질서유지 지원과 재난안전 보조업무 등에 집중하도록 권한의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도 경찰관의 직권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 역시 법률유보·비례원칙·최소침해 및 인권보호라는 법치행정의 원칙 아래 설계되어야 한다.

 

경찰관은 전문업무에, 치안보조인력은 예방과 안전지원에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모든 업무를 정규 경찰관에게 맡기는 것이 반드시 치안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규 경찰관은 범죄수사와 112신고 대응, 강력범죄·경제범죄·사이버범죄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교육을 받은 치안보조인력이 예방순찰과 경계, 안전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면 동일한 경찰인력으로도 국민이 체감하는 치안서비스를 높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행정효율을 통한 치안의 질 향상이다.

 

행정효율은 단순히 인력과 예산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한된 국가자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배치해 국민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행정효율이다.

치안행정에서 그 궁극적인 목표와 목적은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치안의 질 향상이어야 한다.

전·의경 출신 역시 국가의 소중한 치안자산이다

또 하나 검토할 부분이 있다.

 

전.의경 출신과 퇴직경찰관,경우회원등 현장경험이 있는 인력을 지역치안활동이나 범죄예방굥육,재난안전지원등에 적절히 활용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의미 있는 치안자산이 될수 있다.

치안인력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

 

치안은 문제가 발생한 뒤에 강화해서는 늦는다.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력을 증원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관심이 줄어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국가 치안인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의경제도의 폐지에는 당시의 시대적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변화된 치안환경에서는 다시 한번 질문해야 한다.

 

현재의 경찰인력만으로 앞으로 증가하고 다양화되는 치안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지 않다면 어떤 방식으로 현장 치안력을 확보할 것인가.

경찰관 증원, 자율방범대와 민간경비의 활용, 퇴직경찰관의 경험 활용과 더불어 현대형 치안보조인력제도 역시 선택 가능한 정책수단 가운데 하나로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

전·의경을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다.

과거 현장의 경험에서 효과가 있었던 부분은 살리고, 인권과 법치주의라는 오늘의 기준에 맞지 않았던 부분은 과감히 개선하여 새로운 치안제도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안전이다.
경찰관이 전문적인 경찰업무에 집중하고, 충분히 교육받은 치안보조인력이 생활현장의 예방·순찰·안전활동을 지원한다면 국민이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치안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치안정책은 없다.

이제 전·의경제도의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현실에 맞는 ‘현대형 치안보조인력제도’의 도입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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