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박지안
경찰개혁, 권한 확대보다 국민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과 경찰권 견제·통제의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법학박사 김원영
1. 경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0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첫 회의에서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커진 경찰권은 그만큼 엄격하게 통제돼야 한다”며 경찰권에 대한 내외부 견제장치 강화와 민생치안 역량 확충을 주문했다.
필자는 오랜 경찰 경험과 법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국무총리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한다.
오늘날 경찰은 단순한 법 집행기관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국가기관이다. 더욱이 검찰개혁과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경찰의 수사상 역할과 책임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러나 권한이 확대되었다고 해서 국민의 신뢰까지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진정한 권위는 강력한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법 집행과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경찰개혁은 조직의 외형을 확대하거나 수사권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경찰권 행사의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성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개혁이어야 한다.

2. 경찰권의 확대에는 반드시 민주적 통제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권 역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그 행사 과정에서는 적법절차와 비례의 원칙이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
특히 경찰은 수사권뿐 아니라 정보, 경비, 집회·시위 관리, 생활안전 등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권한이 적절한 통제 없이 행사된다면 권한 남용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 자의적 법 집행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개혁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경찰권 행사에 대한 외부 통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 경찰 내부의 감찰과 감사가 조직 보호나 특정 지휘부의 의중에 좌우되지 않도록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부당한 외부 압력으로부터 수사기관을 보호해야 한다.
경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경찰을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다.
3. 경찰서장의 수사지휘권 강화, 현장 수사관의 독립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최근 경찰 내부에서 논의되는 경찰서장 등 지휘관의 수사지휘권 강화 문제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경찰 수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지휘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수사 지휘권이 확대된다는 이유로 일선 수사관의 법률적 판단과 수사상 독립성이 지나치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형사사건의 수사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상급자의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법률과 증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이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현장 수사관들이 소신 있는 수사보다 상급자의 의중을 먼저 살피는 조직문화가 형성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수사지휘권을 강화하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견제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구체적 수사지휘의 내용과 사유를 기록하도록 하는 제도
위법·부당한 지휘에 대한 수사관의 이의제기 절차
정당한 이의제기를 이유로 한 인사상 불이익 금지
중요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사후 심사 및 책임 규명
지휘관과 수사관 사이의 권한 및 책임 범위 명확화
책임수사 강화가 곧 지휘권의 무제한 확대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경찰개혁의 핵심은 지휘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 수사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4. 경찰개혁의 중심에는 현장 경찰관이 있어야 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경찰의 수사 기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현장 치안이 약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찰개혁 과정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국민이 경찰의 존재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은 거창한 조직개편이 이루어질 때가 아니다.
112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할 때, 범죄 피해자가 보호를 요청할 때,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이다.
경찰개혁이 성공하려면 이러한 현장 치안의 실질적인 대응 능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늘어나는 업무와 인력 부족, 악성 민원,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현실 속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조직개편이나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는 정작 현장 경찰관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제는 경찰 인력과 예산을 현장 중심으로 재배분하고, 지역경찰의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경찰관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와 제도를 확충하고,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이 무너지면 경찰조직도 무너지고, 현장 경찰관의 사기가 떨어지면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는다.
경찰개혁은 현장 경찰관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책임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5. 경찰 인사개혁 없이는 조직의 신뢰도 회복할 수 없다
경찰개혁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될 과제가 바로 인사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이다.
경찰조직에서 인사는 단순한 보직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가치관과 구성원들의 사기, 나아가 국민에게 제공되는 치안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그동안 경찰 내부에서는 인사권자의 자의적 판단, 출신과 인맥 중심의 인사, 특정 보직에 대한 편중, 현장 근무자의 상대적 소외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경찰개혁안을 마련하더라도 조직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경찰 인사는 출신이나 인맥, 특정 지휘관과의 친분이 아니라 능력과 전문성, 청렴성, 책임감, 현장 근무 실적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인사평가 기준을 객관화하고, 부당한 인사에 대한 실질적인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묵묵히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경찰관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조직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사람에게 줄 서지 않아도 되는 경찰, 실력과 청렴으로 인정받는 경찰, 현장의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는 경찰이야말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경찰이다.
6. 경찰개혁위원회는 보여주기식 개혁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번 경찰개혁위원회 출범은 경찰조직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경찰개혁을 위한 각종 위원회와 제도개선 논의가 반복되었음에도 현장에서는 충분한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개혁만큼은 선언적 구호나 일시적인 조직개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뿐 아니라 일선 경찰관, 수사 실무자, 퇴직 경찰관, 범죄 피해자,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또한 개혁 과제별로 구체적인 실행 일정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추진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필자는 특히 다음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경찰개혁이어야 한다.
둘째, 현장 경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경찰개혁이어야 한다.
셋째, 경찰조직의 인사 공정성과 민주적 책임성을 확립하는 경찰개혁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원칙이 조화를 이룰 때 경찰개혁은 비로소 국민과 경찰 구성원 모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7.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은 경찰의 책임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제도개혁이어야 한다
이번 경찰개혁에서 반드시 검토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경찰청장의 직급과 제도적 위상을 현실에 맞게 재정립하는 문제이다.
현재 경찰청장은 차관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전국적인 치안과 범죄수사, 사회질서 유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담당하는 핵심 국가기관이다.
특히 검찰개혁과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라 경찰의 수사상 역할과 책임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경찰청장의 직급과 위상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경찰청장을 현행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경찰개혁의 주요 과제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경찰청장의 의전상 지위를 높이거나 경찰조직의 권한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조직의 위상에 걸맞게 최고 책임자의 권한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일치시키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가 치안의 중요성에 상응하는 경찰의 제도적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경찰은 국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국가기관이다. 전국적인 범죄 대응과 재난·위기 상황에서의 치안 유지, 사회적 약자 보호 등 경찰이 수행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경찰청장의 직급 역시 그 책임에 부합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부당한 개입을 차단하고, 법률에 따른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경찰청장의 직급 격상이 특정 정권이나 정치세력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셋째, 권한의 격상에 상응하는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더라도 국회와 국민에 대한 책임, 경찰권 행사에 대한 외부 통제, 인사와 예산 운영의 투명성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경찰청장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그 권한에 대한 견제와 책임도 엄격해져야 한다.
넷째, 경찰청장의 직급 격상을 현장 치안 강화와 경찰관 처우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이 지휘부의 위상 강화에만 머문다면 국민과 현장 경찰관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경찰청장의 위상 강화가 실질적인 정책 조정 능력과 치안 예산 확보, 경찰관 근무환경 개선, 현장 대응 역량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물론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은 현행 정부조직체계와 경찰의 지휘·감독 구조, 관련 법률의 개정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논의 자체를 미뤄서는 안 된다.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은 경찰권의 무조건적인 확대가 아니라, 국가 치안의 중요성에 걸맞은 위상과 민주적 책임을 함께 확립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경찰청장의 위상은 높이되 경찰권에 대한 통제는 강화하고, 지휘부의 권한보다 현장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조직의 이익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실질적인 경찰개혁으로 평가받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8. 결론
경찰개혁의 최종 목적지는 국민의 신뢰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경찰개혁위원회 첫 회의에서 “개혁의 출발점도, 목적지도 국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이 말이 이번 경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찰개혁은 경찰을 불신하거나 조직을 약화시키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오히려 경찰이 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국가기관으로 거듭나고,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 지휘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책임 있는 자세로 개혁에 임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와 국회 역시 경찰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제도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경찰권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현장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수행 보장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함께 지킬 수 있다.
이제 경찰개혁은 누구의 권한을 더 확대할 것인가를 놓고 다투는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가 국민의 안전을 더 책임 있게 지킬 것인가, 어떻게 경찰권의 남용을 방지할 것인가, 어떻게 현장 경찰관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권한은 법으로 통제하고, 수사는 증거로 판단하며, 인사는 공정으로 평가하고, 현장은 국가가 책임지는 경찰.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경찰개혁의 방향이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강조한 ‘뼈를 깎는 경찰개혁’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체감하고 현장 경찰관이 공감하는 실질적인 개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경찰개혁의 성공 여부는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로 평가받아야 한다.
아울러 경찰개혁은 경찰청장의 제도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문제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가 치안의 중요성과 확대된 경찰의 역할에 걸맞게 경찰청장을 현행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다만 그 격상은 경찰권의 무조건적인 확대가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 민주적 통제,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개혁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경찰청장의 위상은 장관급으로 높이고, 경찰권에 대한 통제는 더욱 엄격히 하며, 현장 경찰관의 자긍심과 국민의 신뢰를 함께 높이는 개혁이 필요하다.